오거돈 부산시장의 사퇴문 고쳐드린다.

- 범죄행위에 따른 사퇴문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했다. 당연한 일이다. 한데 당연히 따라야 할 순리를 따르지 않은 게 있다. 그의 사과 방식이다. 사과에도 적합한 방식이 있다. 변명이 없어야 한다. 깔끔히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 잘못을 책임질 방안이 담겨야 한다. 오거돈의 사과는 그러하지 못했다. 변명이 많다. 마치 대단한 결정이라도 한 양 느껴진다. 사과함에 있어 쓸데없는 변명이 많을 때 그 사과는 진심이 아닐 확률이 높다. 자신의 잘못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했거나 잘못을 하고도 끝내 체면을 차리려는 모습, 양심 없는 행동이다.

 

그의 사퇴문 가운데 몇 가지 탐탁지 않은 부분이 있다. “한 사람(피해자)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 또한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사퇴)을 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오거돈은 자신의 성추행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표현이다. 성추행은 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논할 문제가 아니다. ‘한사람에 대한 범죄 행위이다. 성추행으로 사퇴하는 마당에 책임을 운운하는 것은 걸맞지 않다. ‘범죄행위에 대한 자백'이라면 모를까.

 

그의 발언 가운데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중에 관계없이라는 말에서는 범죄행위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의 성추행이 중한 범죄행위가 아닌, 가벼운 일탈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발언은 그의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낮은지 짐작케 한다. 가해자가 범죄행위의 경중을 논할 수는 없다. 경중은 피해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경중에 관계없이라는 말로 자신이 일으킨 범죄행위의 경중을 논하려 했다. 그것은 가해자의 언어가 아니다.

 

또 있다. 이같은 범죄행위가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말. 강제추행은 말 그대로 ‘강제추행’일 뿐 그 인정여부를, 그것도 가해자가 행위 뒤 깨달을 수는 없다. 그의 말처럼 강제추행을 뒤늦게 깨달았다면 그 전에는 무엇이 강제추행인지 몰랐다는 말이 된다. 일부 언론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수 있다는 추측성 기사를 내는 것이 마땅치는 않으나, 그의 발언을 보면 이 같은 추측이 꼭 틀렸다고만 하기는 힘들어진다. 추행이 무엇인지도 몰랐다니 그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면담'과정에서 성추행이 있었다는 거짓말도 문제다. 피해자는 비서의 호출을 받고 불려갔다.

 

언론보도를 보더라도 그의 사퇴방식은 문제가 있다. 범죄행위를 했을 때는 상황을 막론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당장 져야 한다. 그런데 오 시장은 사퇴를 차일피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을 통한 피해자 회유와 범죄행위 부인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사퇴를 발표한 23일은 21대 총선이 끝난 지 일주일쯤 지난 시점이다. 피해자 측과 이달 안에 사퇴한다는 문서의 공증까지 받아두고도 총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총선 후 사퇴하기로 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총선 후 일주일이 지나 사퇴한 이유는 뭘까. 사퇴하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말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거돈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는 23일 오거돈의 사과문 일부 문구에 깊은 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한 경중에 관계없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등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발언이 피해자 자신을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게 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오거돈은 적합한 사과의 방식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피해자가 2차 가해를 입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잘못된 사과의 전형을 보여줬다.

 

아무래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적합한 사과의 방식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그는 이렇게 사과해야 했다. “저는 지난 일 피해자를 호출해 성추행 범죄를 일으켰습니다. 대단히 잘못된 일입니다. 범죄행위에 따라 부산시장직을 사퇴하겠습니다. 피해자 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 범죄행위에 따른 죗값은 법의 판결에 따라 달게 받겠습니다. 다시 한번 피해자 분과 시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거돈의 사과에는 변명이 너무 많다. 사과라기보다 체면 차리기식 변명이라 함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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